밀가루 담합이 드러난 뒤, 장사하는 사람들만 또 한 번 계산기를 두드리게 됐다
장사판에서는 이런 일이 제일 먼저 체감된다
장사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원재료값이 한 번 올라가면, 그다음은 끝이 아니다. 밀가루처럼 기초가 되는 재료가 흔들리면 빵집도, 분식집도, 프랜차이즈도, 결국은 다 같이 흔들린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건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여러 제분업체가 가격과 물량을 맞춰 놓고 움직인 담합이었다. 이게 현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담합 관련 업체를 정책자금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말만 물가 안정이지, 실제로는 국민 세금으로 버티는 지원 제도 뒤에서 가격을 서로 맞춰 올린 셈이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시장 왜곡이 제일 골치 아프다. 정상적인 경쟁이 아니면, 결국 작은 가게와 소비자만 손해를 본다.
이번 사건은 그냥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업체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곳이다.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제면업체와 제과업체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맞춘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실 여기서 더 씁쓸한 대목은 따로 있다. 이들 업체가 2006년에도 담합으로 한 차례 제재를 받았다는 점이다. 한 번 걸렸으면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또 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런 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봐야 한다. 시장에서 지위가 크면 클수록, 경쟁보다 합의가 더 편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걸 방치하면 결국 가격은 소비자 쪽으로 떠넘겨진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지원한 보조금까지 받은 상태에서 담합을 이어갔다. 물가 안정 사업기간으로 언급된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도 말이다. 정책자금이 시장 안정이 아니라 가격 끌어올리기에 간접적으로 활용된 셈이니,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공정위가 본 핵심은 ‘가격 경쟁 차단’이었다
공정위 발표를 보면 담합의 방식이 꽤 노골적이다. 상위 업체 임원과 관계자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시작됐고, 이후 합의 내용은 유선으로 다른 업체에 전달됐다. 일부 업체는 상위 업체에 먼저 연락해 담합 내용을 공유받기도 했다고 한다. 장사판에서 이런 식이면 경쟁은 시작도 못 한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물량을 따내야 하는 업체는 손발이 묶이고, 결국 시장 전체가 굳어버린다.
특히 밀가루는 라면, 국수, 빵, 과자까지 거의 모든 식품 가격의 기초다. 그래서 밀가루 가격이 움직이면 하류 업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공정위는 이 담합이 진행된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이 최고 42.4%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7개사의 점유율이 87.7%에 이른다고도 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시장의 대부분이 한쪽 손에 쥐어져 있었던 셈이다.
| 업체 | 과징금 |
|---|---|
| 사조동아원 | 1830억9700만원 |
| 대한제분 | 1792억7300만원 |
| CJ제일제당 | 1317억100만원 |
| 삼양사 | 947억8700만원 |
| 대선제분 | 384억4800만원 |
| 한탑 | 242억9100만원 |
| 삼화제분 | 194억4800만원 |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보면 답이 보인다
숫자는 거짓말을 잘 안 한다. 공정위와 검찰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밀가루는 최고 42.4% 상승했고, 설탕은 최고 66.7%까지 올랐다. 또 밀가루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 담합 규모는 약 5조 9,913억 원으로 제시됐다. 이런 숫자를 보면 단순한 업계 관행이라고 넘기기 어렵다. 사실상 시장 전체를 흔든 사건이다.
설탕 ■■■■■■■■■■■■■■■■■■■■■■■■ 66.7%
밀가루 ■■■■■■■■■■■■■ 42.4%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상승률이 체감상 얼마나 큰지 바로 안다. 원가가 오르면 메뉴 가격을 올리고 싶지만, 손님 발길이 먼저 줄어든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마진이 무너진다. 결국 버티는 쪽은 소상공인이다. 대기업끼리 가격을 맞췄다면 그 부담은 아래로 내려오고, 마지막에 남는 건 점주와 소비자다.
정부가 이번에 정책자금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한 건 그나마 강한 메시지다. 하지만 한 번 발표로 끝나면 소용이 없다. 매월 밀가루 가격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실무에서는 실제 공급가와 납품 구조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냥 표면 가격만 보면 또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이런 건 현장에서 보면 금방 드러난다.
가격재결정명령까지 나온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가격재결정명령도 내렸다. 업체들은 3개월 안에 밀가루 가격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 공정위가 2005년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실제 적용 사례가 세 번째라고 하니, 그만큼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본다는 뜻이다. 담합으로 만든 가격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는 건 단순 과징금보다 더 직접적인 조치다.
정부가 이런 수단을 꺼낸 배경에는 반복되는 식품 담합이 있다. 밀가루뿐 아니라 설탕, 전분당, 돼지고기 납품 입찰까지 이어진 걸 보면, 특정 업종의 일탈이 아니라 민생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 들어 설탕 제조업체와 제지업체에도 큰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보인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신호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히 제재하겠다.”
이제는 ‘지원’보다 ‘감시’가 먼저다
농식품부는 담합 관련 업체를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매월 밀가루 가격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건 당연한 조치다. 세금으로 지원받으면서 가격 담합을 지속했다면, 그다음은 지원이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장사판에서는 신뢰를 잃으면 끝이다. 큰 회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 느낀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현장에서는 원가 탓, 환율 탓, 국제 시세 탓을 듣는다. 물론 그런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담합이 끼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가 변동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려놓고, 내려갈 때는 늦게 반영하는 식이라면 그건 시장이 아니라 계산된 장사다.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자영업자도 피해를 본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다. 담합은 단속이 아니라 반복 차단이 핵심이다. 한 번 적발하고 끝내면 또 나온다. 이번에 정부가 강하게 나선 건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이런 사건이 다시 나오지 않으려면, 정책자금도, 공정위 제재도, 가격 모니터링도 모두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몇 년 뒤 같은 뉴스가 반복된다. 장사하는 사람들만 그때마다 원가표 붙잡고 한숨 쉬게 된다.